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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땅에 헤딩 - 안경테 공급업체를 찾아서



안경에 대한 시장조사를 하면서 실로 오랜만에 우리의 가슴이 뛰었습니다.
아직 간판이 걸리기도 전이었지만 머릿속으론 벌써 맨하탄과 실리콘 밸리에 지사를 세웠습니다.  꼭 아프리카에 살고 있을것만 같은, 안경이 꼭 필요한데 돈이 없는 아이의 동그랗고 맑은 눈에 안경을 씌워 세상을 밝히 보게 하는 일까지 참으로 많은 일을 기쁘게 했습니다. 
머.릿.속.으.로. 말이지요...

"자, 그럼 시작해볼까?"

"오케이,아자아자~~파이팅!!!... ... 저기...그런데 뭐부터 해야하지?"

그렇습니다. 안경에 대해서는 낫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것들이 최종목표인 세계적인 웨어러블 안경공장을 세우는 것까지 하기 위해 당장 해야할 일은 삽질, 또 삽질이었습니다.


<삽질의 시작>

안경테를 공급해줄 업체를 찾기위해 안경도매업체가 많은 남대문을 찾았습니다.
전망이 너무도 밝아 63빌딩 만큼이나 높은 이상이 가득 담긴 사업계획서를 들고 말이죠.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저희는 디 아이 비전이라고 해외로 안경을 제작 판매하려는..."
"안 사요."
"하하. 물건을 팔려는게 아니라 사업을 같이 할 공급업체를 찾고 있"
"온라인 업체랑은 거래 안합니다."
잡상인 취급에 쫓겨나기도 여러 번, 사업계획을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기도 힘들었습니다.
온라인 판매라고 하면
"안경점들이 다 온라인땜에 망해, 온라인 땜에!" 하시며 갑자기 원수를 만난듯이 노려보시는 분도 만났습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는데 변화에 눈 닫고 정직하게 한 우물만 파시다가 어느날 피부로 느껴지는 변화된 환경에 놀라고 낯설어 하시는 나이드신 분들의 절망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저는 안경업계의 이방인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도매상들은 아무에게나 테를 공급하지 않습니다. 안경사 자격증이 있는 안경원의  분들에게만 테를 공급합니다.  



인터넷에서 도매로 쉽게 공급받을 수 있는 업체의 물건은 대부분 중국에서 만들어진 저가의 안경테들입니다. 공장에서 여기저기 물건을 마구 카피해서 막 찍어낸 물건들이 많습니다.
 
또 하나, 도매상이므로 대부분 세트로 판매합니다. 한 스타일의 한 색상이 대부분 12벌로 이루어져 있어서 맘에 드는 스타일의 안경을 세 가지 색상으로 구입하려면 같은 디자인을 36개나 사야하는 것이지요. 낱개 구매를 하려고 하면 에누리 없이 소매값으로 주십니다.
조금 있어 보이게 기본 150가지의 물건을 구비하려고 하면 1800개의 안경을 쟁여야 하고 스타일당 딱 두 색상으로만 가도 3600개의 안경을 사야한다는 얘기니...스타일의 순환이 빨라야 하는 사업에서 사야할 수량의 많음과 재고의 부담은 앞으로도 뒤로도 남기는 커녕 손해만 될 수도 있다는 얘기죠.

 


<그럼 안경제조 업체에서 직접 공급받으면 어떨까?>

이쯤되면 생각하게 되죠. 까짓거. 안경제조업체를 찾아서 직접 거래를 하겠쓰!
문제는 인터넷 검색으로는 안경제조업체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유명한 업체라도 대부분이 영세한 규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업을 통한 사업을 하시기 보다는 OEM을 통해 생산하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안정적인 안경테 공급업체를 찾기 위해 어디어디에 있다는 얘기만 듣고 서울, 대구, 경기 외곽지역을 돌아다녔습니다. 물론 가장 많은 업체가 있는 대구를 가장 많이 찾았습니다. 우리나라 안경의 80%를 생산한는 곳인데 정부가 안경제조국 부활의 의지를 가지고 조성한 곳입니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남대문 못지 않은 높은 벽을 실감했습니다. 제조공장이다보니 벌크로 구매해주는 곳만 상대로 영업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저도 매출에 대한 확신만 있다면 많이 구매하고 싶었지만, startup 기업으로 여간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또한 함께 무엇을 해보자고 하기에는 대구의 안경제조업체들의 인식과 저의 구상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러던중, 다행히 한 업체와 이야기가 잘 되었고, 그 업체를 통해 다른 안경테 제조업체들까지 함께 진행하게 될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대구 날씨가 매우 더운 8월로 기억됩니다. 전화를 했는데, 업체 사장님이 왠지 시큰둥하게 전화를 받으셨습니다. 이상하다 싶어 바로 내려갔습니다. 그곳 사장님 하시는 말씀이 자기들과는 어렵다고 하시네요. 정말 하늘이 노랗게 변했씁니다. 모든 것이 끝나는것 같았습니다. 그날 정말 날씨가 더웠는데, 제가 흘린 땀에 옷이 젖어 참 걷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했을까요? 아니요. 우리의 좌충우돌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댓글 2개:

  1. 너무나 유익하게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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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안경테 판매에 관심이 있어서 써칭하다가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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